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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조각이 기억의 풍경으로…주은화 개인전 《시나브로 2026》

골판지·옷감·실·격자망 등 생활 재료로 구성한 ‘콜라주 혼합화’
8월 4일부터 14일까지 수원 공공형 갤러리 ‘이음’에서 개최

박수용 | 기사입력 2026/07/21 [14:13]

일상의 조각이 기억의 풍경으로…주은화 개인전 《시나브로 2026》

골판지·옷감·실·격자망 등 생활 재료로 구성한 ‘콜라주 혼합화’
8월 4일부터 14일까지 수원 공공형 갤러리 ‘이음’에서 개최

박수용 | 입력 : 2026/07/21 [14:13]

서양화가 주은화 작가의 개인전 시나브로 2026이 오는 84일부터 14일까지 수원 이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골판지와 격자망, 옷감, , 비즈, 아크릴 물감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 콜라주 혼합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천천히 변화해 가는 모습을 뜻하듯, 주은화 작가는 이러한 말의 의미를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축적되는 과정에 연결한다.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친 사물과 장면, 오래된 옷감과 종이, 손때 묻은 생활 재료를 화면 안으로 불러들이며 기억이 서서히 쌓이고 변형되는 시간을 시각화하여, 전체 화면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섬유 작업과 부조, 공예적 조형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확장된다.

 

원형 작품에서는 자수로 표현된 오리와 꽃, 수면의 풍경을 중심으로 배 또는 씨앗을 연상시키는 골판지 구조물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 종이와 실을 여러 겹 말아 만든 색채 덩어리들은 꽃봉오리나 기억을 품은 작은 그릇처럼 보인다. 화면 외곽에는 사각 종이와 석고성 재료 등의 장식 요소가 이어지며, 한 사람의 기억을 둘러싼 시간의 테두리를 형성한다.

 

▲ 시나브로2026, 지름 42cm, 혼합화, 2026

 

문자와 격자, 건축적 구조가 두드러지는 작품에서는 정사각형 조각과 망사, 골판지, 인쇄 문자가 서로 결합한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격자 구조는 도시의 건물이나 창문, 수납장과 같은 생활공간을 연상시키며, 그 위에 배치된 둥근 종이 구조와 사각 테두리의 비즈 장식은 규격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드러낸다. 단단한 사각 구조와 부드러운 실, 차가운 금속성 재료와 따뜻한 수공예적 요소가 대비되면서 작품에 긴장과 온기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 좌> 시나브로2026, 53×46cm, 혼합화, 2026년1      우> 시나브로2026, 53×46cm , 혼합화, 2026년2

 

주은화 작가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거쳐 단순화된 형태로 변환한다. 작품 속 나무와 꽃, 집과 문, 원과 사각형은 구체적인 대상을 지시하면서도 하나의 기억 부호처럼 기능한다. 검은 공간 안에 꽃이 피어난 나무를 표현한 작품에서는 어두운 배경과 밝은 장식의 대비를 통해 고요한 내면과 생명의 기운을 함께 보여준다. 화면 가장자리에 반복적으로 배치된 꽃과 잎은 기억이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 시나브로2026, 53×46cm, 혼합화, 2026년3

 

또 다른 작품에서는 체인과 천, 문자 이미지, 사각형과 원형 오브제가 화면을 순환하듯 연결한다. 서로 다른 재료들은 본래의 기능을 잃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개인의 기억이 파편적인 장면과 감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과 연결 고리는 흩어진 기억을 다시 잇는 심리적 궤적처럼 읽힌다.

 

▲ 시나브로2026, 53×46cm, 혼합화, 2026년4

 

어두운 색의 직물과 무채색 격자망 위에 놓인 강렬한 원색의 대비, 서로 다른 질감의 중첩은 기억의 파편들이 한 화면 안에서 서서히 조립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수박이나 꽃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형상은 화면에 생동감과 유희성을 더하며, 불규칙한 구성 속에서도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일상의 사소한 재료를 개인적 기억과 감정의 언어로 전환한 작품으로, ‘시나브로쌓여가는 삶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 시나브로2026, 53×46cm, 혼합화, 2026년5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재료의 화려함이나 장식적 효과만이 아니다. 버려지거나 평범하게 여겨지던 생활 소재가 예술적 재료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일상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골판지의 단면과 낡은 천의 올, 실의 엉킴과 종이의 주름은 완벽하게 정제된 재료에서는 얻기 어려운 시간성과 흔적을 보여준다.

 

시나브로 2026은 거창한 사회적 담론보다 우리 곁에 놓인 작고 소박한 것들의 의미에 주목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기억과 사물, 익숙해서 소중함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장면들을 작품 안에 다시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잠시 멈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지친 현대인들에게 '치유(Healing)'의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꽃과 원, 집과 창, 씨앗 같은 형태는 안정과 회복, 순환을 상징한다. 다채로운 색채와 손으로 직접 만든 재료의 촉감은 시각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며, 관람객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전달한다. 이는 주은화 작가가 지속해서 탐구해 온 시나브로 기억일상 소재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 준다. 손으로 감은 실 한 가닥, 낡은 천 조각, 골판지의 굴곡과 종이접시의 둥근 형태가 모여 하나의 기억 풍경을 이루듯, 작가는 삶의 의미 또한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순간들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주은화 작가 약력

주은화 작가는 공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에서 두 차례 특선, 구상 부문에서 두 차례 특선했으며, 현대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미술제 대상·금상·특선·입선, 부산국제미술대전 특선 및 특별상, 콩세유갤러리 신진작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과 태국, 일본, 대만, 베트남, 중국, 라오스, 러시아, 프랑스, 캄보디아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심사위원, ··일미술가협회 회원, 한국예술문화협회 이사, 한국미술진흥원 연구원, 국제 앙드레 말로협회 회원, J&J ART INC 소속 작가, 서울갤러리 작가 및 교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 안내 ]

전시명 : 주은화 개인전 시나브로 2026

전시기간 : 202684() ~ 814()

전시장소 : 이음갤러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68 (팔달사 청누리 지하 1)

관람시간 :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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